자몬다뉴스

뒤로가기
제목

소곤소곤, 싸악싸악..솔솔 잠이 온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ip:)

작성일 2017-03-19 16:00:00

조회 325

평점 0점  

추천 추천하기

내용

(사진출처= ‘에이에스엠아르 리퀘스트’. 유튜브)
소곤소곤, 싸악싸악..솔솔 잠이 온다
작고 편안한 일상소음 ‘ASMR’ 인기
어떤 프로그램이든 리모컨의 빨간 버튼만 누르면 에이에스엠아르(ASMR) 모드로 바뀐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자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다 버튼을 누른다. 갑자기 배우들의 목소리가 모기만해지고, 귀이개로 귓밥 파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볼륨 다 올린 거야? 귓밥 파는 소리로 날 재우겠다고?” 큰소리치던 남자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코까지 골며 잠에 빠진다. 잠 못 이루는 여자도 빨간 버튼을 누른다. 영화 <타짜>의 아귀가 감미롭게 속삭인다. “해머 좀 갖다 주세요.” 여자도 잠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인 ‘에이에스엠아르 티브이(TV)’ 내용이다. 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인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한 코너인데, 등장인물들의 소곤대는 모습뿐만 아니라 온갖 사물을 활용해 내는 작은 소리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상황이 너무 웃겨 넋을 놓고 봤다”는 직장인 권아름(28)씨는 최근 방송을 보고 난 뒤 포털 사이트에서 ‘에이에스엠아르’를 검색해봤다고 한다. “처음엔 약간 소름 돋는 느낌이 있었는데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져요. 요즘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유튜브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봐요.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가 제일 좋더라고요.”

에이에스엠아르는 ‘자율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s)의 약자다. 단어는 생소하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게 바로 이 소리다. 생활 속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소리로, 듣는 이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백색소음’의 한 종류라고 보면 된다. ‘일상소음’이라고도 한다. 책 넘기는 소리, 머리 빗는 소리, 먹는 소리, 소곤대는 소리 등이 모두 에이에스엠아르다. 편안한 소리라 ‘꿀잠’을 부르기도 한다. 젊은층 사이에선 귀와 오르가즘을 합친 ‘귀르가즘’이란 신조어로도 부른다.

에이에스엠아르는 그 소리처럼 어느새 우리 곁을 파고들고 있다. ‘에이에스엠아르 티브이’를 기획안 <에스엔엘>의 민진기 피디(PD)는 “프로그램 기획회의를 하는데 작가들 대다수가 늦은 밤 잠이 안 올 때 에이에스엠아르를 시청한다고 해 놀랐다. 이미 대중들 속으로 파고든 콘텐츠였다”며 “10월 말 첫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이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는데 방송을 거듭하면서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유튜브 등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거나
일상의 작은 소음 내보내 안정감·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앞서 지난 5월엔 가수 전효성이 문화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에이에스엠아르를 소재로 방송을 해 화제를 모았다. 성우 서유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작은 소리로 동화를 읽어주는 <아주 사적인 동화>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국내 연예인 최초 에이에스엠아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에이에스엠아르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티스트’라고 불린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 있어야 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다나’다. 다나는 고등학교 때 불면증 극복을 위한 음악을 찾던 중 우연히 에이에스엠아르 동영상을 접했다고 한다. 그러다 직접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 2013년 10월에 첫 영상을 업로드한 뒤, 수건 접는 소리, 젤리·초콜릿·껌·마시멜로·팝핑캔디 등을 입에 넣고 먹는 소리까지 다양한 에이에스엠아르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32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5300만 뷰를 넘는다.

지난 18일 다나의 동영상 가운데 하나를 골라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귀를 기울이게 됐다. 곧 다나가 껌을 십기 시작했는데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를 ‘팅글’(tingle)이라고 부르는데, 에이에스엠아르를 다루는 쪽에선 각종 소리가 방아쇠 역할을 해 이 팅글 반응, 즉 기분 좋게 소름 돋는 느낌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 껌 십는 소리가 반복되자 소름은 곧 잦아들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하네’라는 생각이 들 무렵 잠이 들었다.

혹 중독성이 강하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몇년 전 ‘소리 마약’, ‘사이버 마약’ 등으로 불리며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음향 파일 ‘아이도저’가 인공적으로 뇌의 주파수를 변형했던 반면, 에이에스엠아르는 마치 야외에서 캠핑을 할 때 들리는 것처럼 자연의 소리와 가깝기 때문에 뇌파의 변형이나 중독성이 약하다는 게 특징이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에이에스엠아르는 클럽에서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나 사이키델릭록 음악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주는 정도의 약한 자극으로, 중독성은 크지 않다. 한때 유행 정도로 보인다”며 “다만 심리적 의존성이나 취약성이 있는 사람들은 유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에이에스엠아르는 어떻게 만들까? ‘먹방’으로 알려진 ‘밴쯔’(27·본명 정만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밴쯔는 두달 전 치킨, 새우튀김, 설렁탕, 마카롱, 초콜릿 등을 말없이 먹기만 하는 에이에스엠아르 채널을 열었다. 두달 만에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처음에 호기심에 시험 방송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마음이 편해진다’, ‘잠이 잘 온다’는 팬들의 반응이 나와 먹방과는 별도의 고정 채널로 오픈하게 됐다. 주로 심야 시간 여성 구독자들이 영상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소음이다. 아주 작은 소리가 녹음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이어폰으로 모니터링을 해가며 소리의 크기를 신경 써야 한다. 숟가락을 탁자 위에 놓는 소리조차 평온함을 깨는 소음이 될 수 있다. 평소에 먹는 것보다 더 느리고 음식 소리가 최대한 잘 나도록 십는 것이 그의 노하우다.

일부 에이에스엠아르 아티스트들은 수백만원이 넘는 3D녹음기를 통해 방송을 녹음하기도 한다. 그만큼 더욱 생생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작된 방송엔 ‘3DIO’라는 머리말이 붙는데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정말로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팅글’ 효과는 커진다.

다나와 밴쯔 말고도, ‘뽀모’(PPOMO)는 귀 파주는 소리나 머리 빗어주는 소리로 구독자 26만명을 확보한 한국인 아티스트다. 외국에선 ‘에이에스엠아르의 여왕’이라 불리는 ‘젠틀위스퍼링’(GentleWhispering), 초창기 아티스트인 ‘에이에스엠아르 리퀘스트’(ASMR requests)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수정 취소

비밀번호

확인 취소


  • 고객센터
  • 은행안내
  • 고객센터
  • 회사명 : 자몬다 ZAMONDA | 상호명 : 자몬다
    사업자등록번호 827-45-00099
    대표자: 성일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고산자로 281, 3층(홍익)
    대표번호 : 02-575-9987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성일 onestar105@naver.com
    Copyright © 자몬다 ZAMONDA. All rights reserved.